폐가18

 

세종특별자치시 연동면 원합강 1길 262-6

 

 

폐가를 어루만지다 / 양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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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어지는 것은 새것을 위한 눈부신 산화

나는 철거될 농가의 마룻바닥에 가만 귀 기울인다

그들이 나눈 말이 옹이구멍에서 바스락대고

안 보았어도 떠오르는 정경이 살포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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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풍지에 꽃핀 청태靑苔는 그들의 회한 혹은 눈물의 자국

뒤틀린 문틀만큼 가족이 부서지는 아픔도 맛보았으리라

거북 등처럼 갈라진 목재에 왜,

산골에서 밭을 일구고 사는 노모의 손등이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던 인연의 무결이 배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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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는 것은 거룩하다 그것은 촛농과 마찬가지

스스로를 태워 주위를 밝히고 남은 잔해이므로

뜨락에 소나무는 송홧가루를 날려 금빛 보료를

까는데

새집을 짓는다는 설렘은 어디 가고 나는

누가 잠든 것 같아서

누가 숨어서 부르는 것 같아서 자꾸만

방바닥을 어루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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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주인을 덥히며 보낸 폐가의 일생은

불이었다

나는 안방에 누워 그들의 온기를 느낀다

코끝을 간질이는, 낯익은 엄마 냄새

햇볕을 모아 따스함을 지피는 구들장

그 열기로 앞뜰에 꽃이 피고 있다

 

-2016년 경상일보 신춘문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