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바람불어 좋은 날
    풍경 landscape 2018. 4. 12. 22:41

     

    회남로 벚꽃놀이에 갔다가 갑자기 Beatles 의 abbey road 가 생각나서 따라쟁이가 되었다.

    자동셔터 세팅을 하고 뛰어가기는 했는데 오가는 차량은 많고 멈춰주지는 않고 그저 네 사람 나온 것만도 다행이다 싶었다.

     

     

     

     

    벚꽃터널 / 이문재

     

    멀리서는 그저 보일 따름이다. 하룻밤 새 나타난 하얀 대열이 산등성이에 새 길을 낸 것처럼 보일 뿐이다. 멀리서는 벚꽃터널 하얀 꽃그늘이 보이지 않는다.

    꽃그늘이 좋기도 하겠지만 벚꽃터널 안으로 한번 들어가 보라. 거기 또 하나의 터널이 있거니와, 눈보다 두 귀가 훨씬 더 커진다. 온 몸이 귀가 된다. 귀가 된 온 몸은 스웨터와 면바지 속에서 저절로 더워진다.

    꿀벌이 벌꿀을 만드는 소리, 수만 마리의 꿀벌이 수억 개 꽃송이에 달라붙어 벌꿀을 만드는 소리다. 사방에서 윙윙거리는 날갯짓 소리. 자욱하다. 빈틈이 없다. 꽃보다 소리의 터널이 더 높고 길다. 색깔과 소리가 빛 속에서 어우러지는 숨가쁜 터널이다.

    남녘땅 사월 중순 백주대낮에 벚꽃터널 안으로 걸어가 보라. 있는 힘을 다해 날갯짓하는 소리, 단물이란 단물은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죄다 빨아대는 소리. 그뿐이랴. 수억 개 꽃송이들이 있는 힘을 다해 몸을 활짝 열고 있다.

    - 지금 여기가 맨 앞(문학동네, 2014)

     

     

    벚꽃 지다 / 방민호

    날이 흐리다 어제보다 흐린 오늘 꽃이 떠나고 있다 네 슬픈 눈시울처럼 붉어진 흰 꽃잎 눈보라처럼 흩날리고 있다 나 여기 레테의 강 건너 네 곁으로 왔단다 함께 있는 때만이라도 즐겁기로 했었지 약속을 어긴 건 당신이에요 너는 말하는데 꽃나무는 말이 없다 책을 읽어야겠지 상처 다스리는 법이 페이지마다 씌어 있지 아무도 찾지 않는 방에 들어가 비밀스레 나의 모더니즘을 읽는다 꽃잎처럼 흩어진 시간 끝에 선다 벼랑 끝에 바람이 분다 생은 스러지기 전에 크게 한 번 빛나는 법 꽃잎 떠난 자리에 황토비 내리겠지 너 떠난 자리에 칠흑이 서겠지

    '풍경 landscap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땡볕아래 배롱꽃  (0) 2018.08.19
    농(籠)다리  (0) 2018.05.12
    여수 밤바다  (0) 2018.01.01
    폐가18  (0) 2017.12.29
    폐가17  (0) 2017.10.19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