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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개평마을과 일두고택(一蠹古宅)문화 culture/유교문화 Confucian culture 2024. 5. 21. 16:40
개평이라는 지명은 두 개울이 하나로 합쳐지는 지점에 마을이 위치해 ‘낄 개(介)’ 자 형상을 하고 있다 하여 유래되었다. 또한 마을 앞에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어 ‘개들’이라고도 불린다.
이 마을에도 방치되어 있는 빈집이 꽤나 있다.
매실나무 아래 돌담장엔 이끼, 담쟁이, 돌나물, 노박덩굴이 서로 뒤엉켜 알콩달콩 살아간다,
첫번째 만난 탐사지는 풍천노씨의 시조 노숙동이 1820년대에 지은 풍천노씨 대종가(豊川盧氏大宗家, 문화재자료 제 343호)이다. 정면 4칸, 측면 2칸으로 전·후 퇴를 두었으며 5량 구조에 합각지붕 형식이다. 종도리에 공탄(孔誕) 2376(二三七六)년이라는 기록을 통해 조선 순조 24년(1824)에 건립되었음을 알 수 있으며 약 70년전 중수했다. 정면 기단을 약 80㎝ 정도의 높이로 조성하고 그 위에 방형으로 조성한 주좌를 놓고 약간의 민흘림을 두어 기둥을 세웠다. 조선 후기의 건축양식과 기법을 볼 수 있는 사료로 가치가 높다. 부속건물 시멘트벽엔 땅에서 올라오는 습기에 밑이 젖어 누추함에도 창호지 바른 문짝이 정겹기만 하고, 손수건만한 연못엔 노랑어리연꽃이 활짝 웃는다.
오늘 답사의 메인 메뉴인 일두(一蠹) 정여창고택 사랑채는 안채에서 담너머로 기욱거리다 말았다. 蠹 는 좀벌레라는 의미이다. 그만큼 자신을 보잘 것 없는 사람으로 평범한 사람으로 낮추었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그런 인간성을 가졌는지 어쩐지 사화에 연루되어 억울한 일을 당하기도 하였으니 뜻한 바는 아니었을 것이다. 자신을 낮춘 후대 인물로는 일석(一石) 이다. 국문학자 이희승(李熙昇)이 있다. 가는 날이 장날이란 말은 이때가 적격이다. JTBC 사극 옥씨부인 촬영 중이어서 스탭들이 눈에 불을 켜고 접근을 통제하고 있었다, 안채에서 왔다 갔다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안채는 ㅡ자 모양이다. 왼쪽에는 아랫방채가 있고 안채 뒤쪽으로는 별당과 안사랑채가 있다. 또 안채 뒤 따로 쌓은 담장 안에는 가묘(家廟)가 있다. 송순주(松筍酒, 솔송주)는 지금으로부터 530여 년 전에 조선시대 5현 중의 한 분인 일두 정여창 선생의 집안에서 제조하여 음용되어온 전통 명주이다. 경남무형유산인 송순주(松筍酒)의 제조비법은 며느리인 지정자 박흥선으로 전수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외암민속마을의 예안이씨 참판댁에서 빚는 연엽주 역시 후손인 이득선씨에 의해 전해지고 있다40살 넘어 과거급제한 정여창은 안음현감에 제수되자 맑은 정치를 펼쳐 백성의 칭송이 높았다. 하지만 김종직의 문하였다는 이유로 무오사화 때에 유배를 당하고, 또 갑자사화 때는 부관참시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중종 때에 우의정에 증직되고 함양의 남계서원(藍溪書院) 등에 제향되고 있다.
결국 보지 못하고 나온 일두고택(一蠹古宅) 사랑채를 문화재청에서 차용해왔다, 정여창(鄭汝昌 1450∼1504)고택 특히 주목되는 것은 사랑채 앞마당에 꾸민 인공산이다. 돌과 나무를 적절하게 배치하고 엄격한 법도에 따라 아름다운 인공산을 꾸몄는데, 지금은 원래의 옛모습을 그대로 볼 수는 없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과 함께 살림살이들이 옛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당시의 생활상을 파악하는데 좋은 자료다.
염주 닮은 열매를 조랑조랑 매단 염주괴불주머니, 가지가 축 처진 당산나무 소나무 처진 당송(棠松), 부싯돌레 불쏘시개로 사용할 만한 부싯깃고사리, 흰색꽃보다 관상용으로 더 많아진 붉은인동덩굴이 담장 여기저기 제 멋을 자랑하고 있다..
안령대풍(鞍嶺待風) / 일두(一蠹) 정여창(鄭汝昌, 1450~1504)
待風風不至(대풍풍부지) 바람을 기다리나 바람은 불지 않고
浮雲蔽靑天(부운폐청천) 뜬 구름만 푸른 하늘을 가로막고 있구나
何日涼飆發(하일량표발) 언제쯤에 시원한 회오리바람이 불어와서
掃却群陰更見天(소각군음갱견천) 온갖 음기 날려보내고 푸른 하늘 다시 보려나
*무오사화(戊午士禍)로 함경도 종성에 유배되어 안령에서 바람을 기다리며 지은 시,
그의 절의(節義)가 잘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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