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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인과 허수아비
    풍경 landscape 2017. 6. 20. 18:28

    헬멧 쓴 허수아비는 무수동 사람

    할아범은 모처럼 차려 입고 장보러 가시나요 딸네집 찾아 가시나요

    햇살이야 따갑든 소낙비야 쏟아지든 진눈개비 날리든 말든 두 눈 부릅뜨고서

    나는야 신호등 버스 타러 가는 길 이 길 맞아요 정류장이 조~기예요

     눈이 안 보여도 귀가 안 들려도 걸음을 못 걸어도 염려하지 마세요

    자박자박 갔다가 차근차근 오세요 그때까지 기다릴게요

    가는 아침 길이 그렇듯이 오는 저녁 길까지 서 있을게요

    허수아비마을 https://ktk84378837.tistory.com/4268 http://ktk84378837.tistory.com/8195

     

     

    허수아비 / 남재만

     

     

    두 손

    그 열 손가락 안에

    거머쥔들

    얼마나 거머쥐겠는가

     

    그래서

    허수아비는

    손을 비웠다.

    아니 아니 숫제

    손이 없다.

     

    몇 사람이나 알까?

    허수아비의 저 통쾌한

    절대 자유 그리고

    텅 빈 저 충만을

     

    월간 문학세계 20056월호 박곤걸의 "잊지 못할 시와 삶"에서

     

    좋은 시란 꽃과 같다 누가 읽어도 좋은 느낌을 받는다. 인위적으로 꾸밈이 없다. 마음에서 푹 녹아 있는 그런 맛이 난다. 마치 열매 속에 단맛이 있는 것처럼 그런 맛이 난다.

    그러나 인위적인 것은 설탕을 탄 것처럼 부자연스럽게 단맛만 있다. 꿀맛이 아무리 좋아도 강제로 채취한 것이기 때문에 열매 속의 은은한 단맛만 못하다. 시도 열매와 같은

    것이다. 조금 덜 익으면 떫고 조금 더 익으면 팍 삭아 곪아 버린 느낌이 든다. 때문에 적당하게 익어 있는 팽팽한 긴장감과 맛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이 시 허수아비는 다

    비움으로써 채우는 무소유의 절정을 이끌어 낸 시다. 사람의 생이라는 것도 이 "허수아비" 시처럼 마치 내 속을 다 파서 버릴 때 그 속에 고이는 우물의 물 같은 이치를

    말하며 욕망의 절재를 통쾌하게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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