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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제동(蘇堤洞)
    문화 culture/역사 전통 history tradition 2022. 4. 4. 12:39

    주홍색 안내판 뒤쪽 건물은 전통나래관이다

    희망을 싣고 칙칙폭폭 덜커컹덜커컹 내달리는 기차는 즐겁다 

    버려졌는지 진열한 것인지 해바라기를 하려는지 길바닥에 나앉았으나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곱고 아름다운 미소  

    봄햇살을 고스란히 받으며 미소를 간직한 각사철학관

    가양동과 소제동을 연결시켜주는 가제교 끝에 개나리의 미소가 처절하게 노랗다

    카페만 우후죽순 생기는 틈새로 몇군데 보이는 청년들의 강렬한 예술촌 의지도 눈에 띤다

    카페마을로 변해버린 소제동철도관사촌 어느 카페 마당은 도심지에서 보기 어려운 대나무가 명품이다. 전 주인이 심었다니 그 사람 성품과 이를 살린 현주인의 성품이 짐작갈 뿐이다. 이 집도 방송을 탔더라

    빈집에도 고목에도 봄은 온다

    음산하기 짝없던 관사촌 마을에 카페촌이 형성되면서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로 변했다  

    가죽나무 중턱에 측백나무가 둥지를 틀었다 전셀까 사글셀까

    많은 빈집 가운데 분홍동백이 시들어가고 있다 멀리 ㅇㅅㄷ우송대 이니셜이 보인다

    언제 보아도 이야기가 넘치는 정겨운 골목길

    골목길 교차로에서 마주친 청양슈퍼

    맥주병 소주병 조각으로 수놓은 방범벽이 살벌한듯 정겨운듯

    잠옷바지가 걸려있는걸 보니 빈집은 아닌듯

    골목마다 마주치는 방범창

    철거하지 않은 빈집 지붕위에 누렇게 색바랜 스카이라이프 접시형안테나

    천왕암 암자의 담벼락에 새겨진 卍(만) 자가 참 곱다

    비타민D가 모자란 어르신들은 해바라기가 중요하다

    카페가 더 많은지 빈집이 더 많은지 헤아려볼 요량이다

    방송까지 탄 오래되고 거대한 탱자나무엔 언제쯤 싹이 돋을까

    6.25참전 국가유공자의집도 비었다

    서천 쌀상회에선 쌀 배달 이외에도 소금과 담배를 취급하고 있다 서천쌀을 취급하는 걸까 서천이 사장님 고향일까

    삼거리 모서리에서 크게 번창하던 대창이용원은 근근히 명맥을 유지하면서 자존감을 뿜어내고 있다

    소제교에서 벚꽃사이로 바라보는 코레일청사 

    저 화사한 목련좀 보아라

    봉고트럭 화물칸에 온전한 벚꽃 한 그루를 실은듯 어디로 이사갈 채비를 하려는 것일까

    소제동에는 소제호라는 큰 호수가 있었다. 중국 소주(蘇州)에 버금갈만한 풍광이라던가 북송의 소동파가 항주 자사로 있을 때 서호(西湖)에 쌓은 제방이 소제여서 본땄다는 출처분명의 이야기도 있다. 이 호수 주변에는 솔랑이라는 마을이 있었으며, 조선 후기 노론의 영수였던 우암 송시열(宋時烈, 1607-1689)이 살기도 하였다. 그러나 일제가 1907년 솔랑산에 태신궁을 세우고, 1920년대 소제호 주변에 철도 관사촌을 건립하였으며, 1927년에는 소제호를 매립하는 등 이 일대를 무분별하게 개발하면서 지역의 전통적 경관의 모습을 크게 왜곡, 변화시켰다. 상전벽해(桑田碧海)요 격세지감 (隔世之感)이라 아니할 수 없다. 현재 소제동에는 조선 시대의 송시열 고택(대전시 문화재자료 제39호)을 비롯하여 근대철도문화 유산인 대전역, 철도관사촌, 철도보급창고(등록문화재 제168호)가 자리잡고 있으며, 최근에 지어진 대전전통나래관과 코레일 쌍둥이 빌딩도 있어 대전의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변화와 연속성을 함께 느낄 수 있다. 한국전쟁에서도 살아남은 소제동과 철도관사촌은 그 골목길 하나하나에 우리의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다. 

    대전광역시

     

     

    소제동 골목 / 박권수

     

     

    오늘걸어 둘 수 있을까

     

    햇살이 무게를 달고

    길 위에 눕는다

    먼 길 굽어보는 눈빛마져 흐리다

     

    부지런한 햇살이 먼저

    잠든 골목

    희미하지만 지워지지 않는

    지워지지만 흔적이 남은

     

    오래여서

    그대로여서

     

    마르고 가벼워진 몇몇

    미장원 불빛아래 껌벅인다

    서로의 등에 길들여져

    무게가 무게를 위로하는 저녁

     

    언젠가 그 자리에

    , 걸어 둘 수 있을까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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