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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팔월 보름
    풍경 landscape 2022. 9. 10. 22:36

    추석 보름달, 추석날 달이 뜨는 시각에 달과 지구, 태양이 일직선에 놓여 100년 만에 가장 둥글게 보인다, 2060년 추석에야  다시 볼 수 있다.

     

     

    추석 달을 보며 / 문정희

     

    그대 안에는

    아무래도 옛날 우리 어머니가

    장독대에 떠놓았던 정한수 속의

    그 맑은 신이 살고 있나 보다.

    지난여름 모진 홍수와

    지난봄의 온갖 가시덤불 속에서도

    솔 향내 푸르게 배인 송편으로

    떠올랐구나.

    사발마다 가득히 채운 향기

    손바닦이 닳도록

    빌고 또 빌던 말씀

    참으로 옥양목같이 희고 맑은

    우리들의 살결로 살아났구나.

    모든 산맥이 조용히 힘줄을 세우는

    오늘은 한가윗날.

    헤어져 그리운 얼굴들 곁으로

    가을처럼 곱게 다가서고 싶다.

    가혹한 짐승의 소리로

    녹슨 양철처럼 구겨 버린

    북쪽의 달, 남쪽의 달

    이제는 제발

    크고 둥근 하나로 띄어 놓고

    나의 추석 달은

    백동전 같이 눈부신 이마를 번쩍이며

    밤 깊도록 그리운 얘기를 나누고 싶다.

     

     

    달의 영토 / 박현솔

     

    모두들 잠든 시간, 서늘하게 걸려 있는

    저 달은 우주로 귀환하지 못한

    영혼들의 오랜 영토가 아니었을까

    남겨진 이들이 죽은 자를 그리워하며

    갈라진 논바닥처럼 가슴이 타들어갈 때,

    달에 스민 영혼들이 안타까운 눈빛으로

    지상을 내려다본다,

    저 영토에도

    개울이 흐르고 새가 날고

    창백한 영혼들이 밥상머리에 모여 앉아

    지상에서의 한때처럼 둥근 숟가락질을 하겠지

    먹구름이 달의 주위를 감싸고돈다

    사자死者들의 영토에 밤이 도래한다

    창가를 비추던 달빛이 싸늘하게 식어가고

    기억을 쓸던 달빛도 순간 사라지지만

    내 기억 속 한 사람이 상흔처럼 되살아난다

    그는 지금 저 영토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었지만

    한때 그의 중심에 박아놓은 수많은 옹이들

    이젠 어떤 참회로도 지워지지 않는다

    내 안의 먹구름이 서서히 걷힐 때까지

    달의 안부를 오래도록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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