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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병화 나무 시비
    문화 culture/문학 literature 2021. 12. 14. 00:24

    금강수목원 입구에 서있는 시비의 '나무'는 어디서 따왔는지 검색이 되지 않는다. 외로운 사람에게 부제가 붙은 '나무' 와 '겨울나무'와 '나무의 철학' 만 눈에 띨 뿐이다.    

     

     

    나무 (외로운 사람에게) / 조병화

     

     

    외로운 사람아,

    외로울 때 나무 옆에 서 보아라

    나무는 그저 제자리 한평생

    묵묵히 제 운명, 제 천수를 견디고 있나니

    너의 외로움이 부끄러워지리

     

    나무는 그저 제자리에서 한평생

    , 여름, 가을, 겨울, 긴 세월을

    하늘의 순리대로 살아가면서

     

    상처를 입으면 입은 대로 참아 내며

    가뭄이 들면 드는 대로 이겨 내며

    홍수가 지면 지는 대로 견디어 내며

    심한 눈보라에도 폭풍우에도 쓰러지지 않고

    의연히 제 천수를 제 운명대로

    제자리 지켜서 솟아 있을 뿐

     

    나무는 스스로 울질 않는다

    바람이 대신 울어 준다

    나무는 스스로 신음하질 않는다

    세월이 대신 신음해 준다

     

    , 나무는 미리 고민하지 않는다

    미리 근심하지 않는다

    그저 제 천명 다하고 쓰러질 뿐이다

     

    대청호

     

     

    나무의 철학  /  조병화

     

     

    살아가노라면

    가슴 아픈 일 한두 가지겠는가

    깊은 곳에 뿌리를 감추고

    흔들리지않는 자기를 사는 나무처럼

    그걸 사는 거다

    봄, 여름, 가을, 긴 겨울을

    높은 곳으로

    보다 높은 곳으로 , 쉼없이

    한결같이

    사노라면

    가슴 상하는 일 한두 가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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