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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꽃기타 etcetera 2011. 10. 18. 15:50
공주 영평사.
빨래꽃 / 유안진
이 마을도 비었습니다
국도에서 지방도로 접어들어도 호젓하지 않았습니다
폐교된 분교를 지나도 빈 마을이 띄엄띄엄 추웠습니다
그러다가 빨래 널린 어느 집은 생가(生家)보다 반가웠습니다
빨랫줄에 줄 타던 옷가지들이 담 너머로 윙크했습니다
초겨울 다저녁 때에도 초봄처럼 따뜻했습니다
꽃보다 꽃다운 빨래꽃이었습니다
꽃보다 향기로운 사람냄새가 풍겼습니다
어디선가 금방 개 짖는 소리도 들린 듯했습니다
온 마을이 꽃밭이었습니다
골목길에 설핏 빨래 입은 사람들은 더욱 꽃이었습니다
사람보다 기막힌 꽃이 어디 또 있습니까
지나와놓고도 목고개는 자꾸만 뒤로 돌아갔습니다.
시집 『다보탑을 줍다』(창비,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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