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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평리 Country -
    기타 etcetera 2010. 11. 22. 10:31


     

    내고향 의평 50가구 남짓한 조그마한 마을에는

    어느때 쓰러질지 가늠할 수 없는 90 넘은 노거수 몇 그루,

    80 넘은 고목이 열 그루 넘어 있습니다.

    내 부모님도 80 을 반이나 넘긴 고목입니다.

    아버님은 짓무른 눈에 안약을 넣으면서 다리를 절뚝거립니다.

    일에 지쳐 허리가 ㄱ자로 꼬부라진 어머님도 계십니다.

    그런데도 잠시 가만히 있질 못하고 젊을 때와 진배없이 일을 하십니다.

    안쓰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리 말라고 뭐가 부족하냐고 소갈머리 부리지만

    아랑곳없이 배추농살 지어선 자식들을 부릅니다.

    무한과 무조건의사랑 앞에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찢어져 각박하게 살아가는 가족들이 한때라도 화목한 시간을 갖게 하는

    계기까지 마련해 주시니 참으로 감사합니다.

    김정일은 자식 정은에게 나라를 물려 주었습니다.

    부모님은 나에게 쌀이며 콩이며 김장거리를 주셨습니다.

    나는 내 자식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요.

    올해도 배추 200여 포기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아침에 달려가자니 세상이 오리무중입니다.

    안개는 왜 환상적인 분위기일까요.

    배추는 이미 제수씨와 어머니가 하루 전에 절여 놓았습니다.

    김장작업은 나와 아내 그리고 제수씨가 합니다.

    김장이 끝날 때까지 동생은 자다 깨며 TV와 씨름만 합니다.

    어린 애들하고 놀아만 줘도 고마울 텐데....

    제수씨 목소리가 높아져도 소용없습니다.

    포깃수는 많아보여도 속이 차질 않고 단이 작아 작년의 2/3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우선 고무장갑을 끼고 새빨간 태양초에 무채와 잘게 썬 갓과 토막낸 골파와

    다진 마늘과 생강과 까나리액젓과 새우젓과 찹쌀풀과 설탕을 넣고 속을 버무렸습니다.

    그런 다음 마당에 펼쳐 놓은 멍석에 쭈그려 앉아 배추 속살에다 양념을 치댔습니다.

    작년에도 속이 모자라 적게 바르기로 했는데 올해도 모자라 다 끝내질 못했습니다.

    동생네가 가버려서 해넘어간 이후 읍내 농협마켓에서 갓을 두 단 사다가 드렸습니다.

    예전에는 전라도 김치에나 갓을 넣었는데 언제부터인지 충청도 김치에도 갓이 들어갑니다.

    남겨둔 몇 포기 배추 다 절여서 내일 마저 김장을 하신다고 합니다.

    남은 김장을 꼬부랑할머니가 하시겠다니 그도 짠합니다.

     



    의평리.


     

    씨옥수수 / 마경덕

     

     

    처마 끝에 매달린 마른 옥수수

    봄볕에 슬몃슬몃 눈을 뜬다

    질끈 머리를 틀어 올리고

    알몸으로 겨울을 버틴 씨옥수수

     

    따순 바람에 발이 가렵다

     

    알알이 쟁여둔 욕망들

    웃자란 몸 속의 뿌리들

    우르르 봄을 향해 발을 뻗는다

    출발을 알리는 신호를 기다린다

     

    딱딱한 알갱이 속,

    저 푸른 불씨들

     

    들판에 확, 불이 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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