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landscape

교회가 있는 골목

ktk8837 2021. 2. 8. 22:09

100년 넘는 역사를 간직한 대사동 대전중앙교회 ktk84378837.tistory.com/409

 

 

골목 / 이정록

 

 

손으로 코를 막고

죽고 싶었다

 

생애 끝까지 참고 싶었다

 

괄호를 닫고 싶었다

죽는 것만은 내 맘대로 하고 싶었다

 

눈물이 났다

 

대갈통이 양은냄비처럼 끓어올랐다

온몸이 양은냄비 노란 뚜껑처럼 들썩거렸다

 

태초처럼 콧방귀가 터졌다

참을 수 없이 살고 싶어졌다

 

세상이 나 때문에 숨을 쉰다는 걸 알았다

너무 쉽게 다시 살고 싶어졌다

 

눈물과 콧물이 생명수란 걸 알았다

눈물과 콧물이 가장 큰 자산인 걸 알았다

 

울기 좋은 골목이

나를 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