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k8837 2025. 1. 3. 22:04

남은 일력 한 이파리가 찬바람에 팔랑거리는 날 대전 원정림동의 단묘(檀廟)를 찾았다, 순종떄 평안감사 지낸 조충현(趙忠顯)의 손자인 조병호趙柄鎬,1914∼2005)가 진잠에 단군전을 세운 남지훈(南芝薰, 1918~1997)과 결혼하고, 계룡시 신도안으로 확장하여 단묘를 세웠으나 1984년 육군본부 들어서면서 정림동으로 이주하였다. 동학교주가 세운 수운교는 살아남았는데 국조를 모시는 단묘는 쫒겨났다. 조선시조신성황제묘정비 세우고 삼일신고와 단군팔조교를 새겼다. 1993년 단묘를 대전대학에 기증하였으나 대학측의 관리소홀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어천절(御天節, 단군승하일인 음력 3월 15일)과 개천절(음력 10월 3일)에 제를 지낸다. 

또다른 단묘(檀廟)는 독립운동가 김재형(金在衡, 1890~1966)이 단군봉찬회를 조직하여 국조단군환검지비와 애국지사충혼비를 포함한 단군성전을 은적산(恩積山, 충북 청원군 강내면) 정상에 세웠다. 단군 가묘도 건립되었다. 또한 북한의 평양에 국보 제174호인 단군릉(檀君陵)이 1993년 발굴하여 1994년 개축한 바 있다. *단묘(壇廟)는 조선 시대에 제사를 지내던 사직단(社稷壇), 문묘(文廟) 등 각종 제단과 사당을 지칭한다. 

단묘(檀廟)의 태극문.

솟을삼문인 만덕문(萬德門)의 전면과 배면

우측에 단정비(檀井碑)와 단정(檀井). 우물은 폐쇄되어 있다.

좌측에 조선시조신성단제묘정비(朝鮮始祖神聖檀帝廟庭碑)

단묘(檀廟)

단군 초상화인 단제성상(檀帝聖像), 초상 위로 닫집이 보인다. 

오른쪽은 임채우 단군학자료원장이 발표한 가장 오래된(1883년) 단군 초상화.

군령지위(羣靈之位)  羣靈=신령

제철지위(諸嚞之位) 諸嚞=밝은 이

삼일신고(三一神誥) 366자의 한자, 천훈(天訓)·신훈(神訓)·천궁훈(天宮訓)·세계훈(世界訓)·진리훈(眞理訓)의 오훈(五訓)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묘 뒤편에 자리한 환인 환웅 환검(단군) 석상이 있는데 깜빡하여 사진을 얻기 위해 다시 다녀왔다. 환검상 오른쪽에 趙柄鎬(조병호) 새긴 석판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양 비석엔 일대주신환인지위(一大主伸桓因之位)와 신시씨환웅왕지위(神市氏桓雄王之位)가 새겨져 있다. 

협문을 지나니 

정림장(靜林莊)이다. 대전에서 중구 대전형무소 우물(1919년 추정)은  대전광역시 등록문화유산 제1호이며, 대전 육교는 국가들록문화유산으로 지정받아 보호되고 있다. 그러나 동구 세천동 구 증약터널(1905년), 대전대학으로 운영권이 넘어간 정림동 단묘(주택) 및 정림장(1985년)이 건축자산으로서의 가치가 인정되어 30년(공공소유 건축물은 20년)이 지난 건축물, 공간환경, 기반시설 중 사회적, 경제적, 경관적가치를 가진 건축자산 보호키로 하였으나 아직 지정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설핏 원숭이 같기도 했지만 용(龍)이다.

만덕문 오른쪽으로는 무명씨의 무덤과 담장에 기댄 행사때 쓰는 철제 태극문양과 개축하고 남은 기왓장이 키만큼 쌓여 있다. 가만 생각하니 웃프다. 개천절은 있는데 단군은 없는 현실 때문이다. 왜 정사인 삼국사기에는 국조(國祖) 이야기가 없고 야사인 삼국유사에 단군(壇君)과 제왕운기에 단군(檀君)으로 전하는가도 그렇다. 국조 개념은 조선 세종때 평양에 사당을 지어 모신 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오늘날까지도 단군 이야기는 신화와 설화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행인지 불행인지 일제강점기에 신앙으로 되살아나 한때는 교정에 단군상을 쉽게도 보았지만, 언젠가부터는 목이 잘려나가고 뽑혀나가더니 이젠 단묘 정도의 아슬아슬한 흔적만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학계의 해석에 어떤 진전된 변화가 있을 것을 기다리며 삼국유사와 제왕운기에 나오는 단군이야기를 모처럼 되새겨본다. 강화(江華) 마니산(摩尼山) 참성단(塹星壇)을 다녀온지도 40년이 되었다.  

대청댐 광장구석에 설치된 국조단군상.

 

 

단군사(檀君祠) / 정두경(鄭斗卿, 1597~1673)

 

 

有聖生東海(유성생동해) 성인께서 동해에 나셨으니

于時竝放勳(우시병방훈) 시절은 요임금과 나란하다네

扶桑賓白日(부상빈백일) 부상에서 흰 해를 맞이하노라면

檀木上靑雲(단목상청운) 박달나무가 푸른 구름 위로 솟았으리

天地侯初建(천지후초건) 천지에 처음으로 제후가 세워질 때

山河氣不分(산하기불분) 산하의 기운은 나뉘지 않았다네

戊辰千歲壽(무진천세수) 무진년부터 누린 천 년의 수명을

吾欲獻吾君(오욕헌오군) 나는 우리 임금님께 바치고 싶네

 

東溟集

* 放勳: 중국 전설상의 요(堯) 임금의 이름  * 扶桑:해가 뜨는 곳